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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광합성의 핵심 단백질, 루비스코

by 지적유희@ 2024. 10. 2.

광합성의 핵심 단백질, 루비스코

지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는 한 가지 중요한 화학 반응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바로 광합성입니다. 광합성은 물(H₂O)과 이산화 탄소(CO₂), 그리고 빛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포도당(C₆H₁₂O₆)과 산소(O₂)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반응은 겉으로 보기에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무기물을 유기물로 전환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반응입니다. 이 반응 덕분에 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식물이 만들어내는 포도당은 동물, 즉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광합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루비스코(Rubisco)입니다. 루비스코는 광합성 과정 중 안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식물계에서 가장 풍부한 단백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루비스코는 지구에서 가장 많고 중요한 단백질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비효율적인 효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루비스코의 역할과 그 비효율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광합성의 명반응과 암반응

광합성은 두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빛이 필요한 명반응(light reactions)입니다. 명반응에서는 빛을 이용해 물로부터 ATP라는 에너지원이 만들어지고, 산소가 방출됩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이산화 탄소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즉,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은 명반응이 아닌 두 번째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 단계는 암반응(dark reactions)입니다. 암 반응은 이름과 달리 빛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뿐, 밤에 일어나는 반응은 아닙니다. 암반응에서는 식물의 기공을 통해 흡수된 이산화 탄소가 캘빈 회로를 거쳐 포도당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의 첫 번째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가 바로 루비스코입니다. 루비스코는 이산화 탄소를 다섯 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분자에 결합시켜 여섯 개의 탄소를 가진 분자를 만든 후, 이를 두 개의 세 탄소짜리 분자로 분해하여 포도당 합성 과정을 시작하게 합니다.

 

루비스코의 비효율성과 그 이유

루비스코는 광합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반응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대부분의 효소들은 초당 수천에서 수억 번의 반응을 하지만, 루비스코는 초당 고작 몇 개의 이산화 탄소만을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느린 반응 속도로는 효율적인 광합성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식물은 루비스코의 양을 엄청나게 늘려, 느린 속도를 보완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식물체 내에서 루비스코는 수용성 단백질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양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루비스코는 이렇게 느릴까요? 그 이유 중 하나로 다중 기능성이 꼽힙니다. 루비스코는 이산화 탄소뿐만 아니라 산소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두 기질 중 적합한 분자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광합성 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하는 광호흡(photorespiration)이 발생하게 됩니다.

 

광호흡과 루비스코의 한계

광호흡은 이산화 탄소 대신 산소가 루비스코에 의해 고정될 때 발생하는 반응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며, 이는 식물에게는 불리한 반응입니다. 특히 이산화 탄소 농도가 낮거나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집니다. 광호흡은 식물이 생산하는 에너지의 약 30%를 낭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루비스코는 진화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루비스코가 처음 등장한 시기의 지구 환경에 있습니다. 약 25억에서 30억 년 전, 지구의 대기 중에는 이산화 탄소의 농도가 산소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루비스코는 굳이 산소와 이산화 탄소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고, 이산화 탄소를 쉽게 결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 대기에 산소 농도가 증가하고 이산화 탄소 농도가 줄어들면서 루비스코의 비효율성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C3 식물, C4 식물, CAM 식물의 차이

현재 지구상 대부분의 식물은 C3 식물입니다. C3 식물은 탄소 고정 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화합물이 세 개의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식물들은 광호흡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일부 식물들은 광호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이들이 바로 C4 식물과 CAM 식물입니다.

 

C4 식물은 공간적으로 광호흡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들은 특정 세포에서 이산화 탄소를 고정하고, 이를 다른 세포로 보내 상대적으로 이산화 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캘빈 회로를 진행함으로써 광호흡을 줄입니다. 대표적인 C4 식물로는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있습니다. 한편, CAM 식물은 시간적으로 광호흡을 억제합니다. 이들은 밤에 이산화 탄소를 고정하고 낮에는 기공을 닫아 광호흡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적응했습니다. 선인장과 파인애플이 대표적인 CAM 식물입니다.

 

루비스코의 개선 가능성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할까요? 유전공학의 발달로 과학자들은 루비스코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이산화 탄소와의 친화도를 높이고 반응 속도를 향상시키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특정 조류나 남세균에서 활성도가 높은 루비스코 변종을 발견하여 이를 작물에 도입함으로써 광호흡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테리아를 활용한 실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에 루비스코 유전자를 삽입하고 독성 물질인 알류비(RuBP)를 사용하여 돌연변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루비스코를 만드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지만, 미래에는 루비스코의 효율성을 높여 작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루비스코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으면서도 비효율적인 효소입니다. 이 효소의 비효율성은 초기 지구 환경에서 비롯된 진화적 결과이며, 현대의 식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과학자들은 루비스코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는 미래의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