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양쯔강) 이름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

북중국의 젖줄이 황하라면, 남중국의 젖줄은 바로 장강(창장)입니다. 장강은 말 그대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전체 길이가 약 6,300km에 달하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입니다. 이 강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형성해온 중요한 존재입니다. 오늘은 장강과 양쯔강의 차이, 이름의 유래, 그리고 왜 장강이 여러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강 취탕협곡 / 위키백과

장강(양쯔강)의 이름의 유래

고대 중국에서 '하(河)'라는 글자는 황하를 가리키고, '강(江)'이라는 글자는 장강을 의미하는 고유 명사였습니다. 그래서 '강'이 들어가는 지명은 주로 장강과 관련이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장강은 중국의 가장 긴 강으로서 남중국의 주요 물길이자 생명선과도 같았습니다. 장강의 남쪽, 혹은 중하류 지역을 '강남'이라 부르고, 장강 남부의 동쪽 지역은 '강동'이라고 불렀습니다. 삼국지에서 손견을 '강동의 호랑이'라고 불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장강을 '양쯔강'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부릅니다. 장강이 맞을까요, 양쯔강이 맞을까요? 사실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외국인들은 '양쯔강'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쓰고, 중국 사람들은 '장강' 또는 '창장'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원래 이 강의 이름은 '장강'이지만, 외국에 알려진 이름은 '양쯔강'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쯔강'이라는 이름은 사실 장강의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이었습니다.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을 개항하고 나서 양쯔 근처에서 배를 타고 다니며, 그 지역의 뱃사공에게 강의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그때 뱃사공이 "여기는 양쯔강입니다"라고 대답했고, 이 이름이 외국으로 퍼져서 장강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이 되었습니다.

 

장강의 명칭의 역사적 배경

황하는 '황하'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있는데, 장강에는 왜 이렇게 많은 이름이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장강이 너무 길고 지류가 많이 갈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장강의 길이는 약 6,300km에 달하며 여러 지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전체 강을 한 번에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각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곳의 강을 별개의 강으로 인식하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장강 유역의 중앙집권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입니다. 선사 시대에는 장강 유역과 황하 유역이 서로 다른 문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황하 유역은 중국 문명의 핵심이었고, 장강 유역에는 초나라나 오나라와 같은 나라들이 있었지만, 다른 주요 지역으로부터 오랑캐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장강 유역은 오랜 기간 동안 각 지역이 독립적으로 존재했고,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오나라와 같은 지방 군벌들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각 군벌들은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의 장강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렀고, 이 때문에 장강에는 여러 이름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장강의 지리와 기후

기후도 장강 유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남중국이 살기 좋은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매우 더운 곳이었습니다. 중국의 연평균 기온 변화를 보면, 잠깐 기온이 낮아진 시기를 제외하고는 주나라, 춘추전국 시대, 한나라, 삼국지 시대까지 당시 중국의 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현재 황하 유역은 냉대 기후나 건조한 기후로 분류되지만, 그 당시에는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기에 적절한 온난하고 습한 기후였습니다. 반대로 장강 유역은 지금보다 더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로, 마치 현재의 광저우, 동남아시아 북부나 홍콩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족은 기본적으로 농사를 짓는 민족이었는데, 당시 농업 기술로는 남중국에서 농사짓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남중국 지역에서는 농업이 아닌 수렵이나 채집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른 부족들과 동화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삼국지 시대가 끝나고 진나라 무렵에 중국의 기온이 내려가면서 남중국은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습니다. 동시에 북쪽의 기온이 낮아지면서 유목 지대가 황량해졌고, 북쪽 유목민들이 한족이 살던 황하 유역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족은 남중국으로 피난하며 본격적으로 이 지역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남북 한족의 유전적 차이와 역사적 배경

중국 과학원 발생학 연구소는 2005년에 남중국과 북중국의 한족이 유전자 구조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차이는 인근의 소수 민족과의 차이보다도 큰 것으로, 이는 남북의 한족이 오랜 기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푸젠성, 광둥성, 광시 장족 자치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북부의 사람들과 유전적으로 많이 다릅니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도 춘추전국 시대에 초나라와 오나라보다 더 오랑캐 취급을 받던 월나라가 있던 곳으로, 이후에도 여러 소수 민족들이 살았습니다. 이들을 '백월'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월나라 사람들은 현재 인도차이나에 살고 있는 주류 민족들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류학적, 언어학적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의 주류 민족들의 고향은 남중국입니다. 이들은 수천 년 전부터 무이산과 남령 산맥 이남 지역에서 살아왔으며, 진나라와 한나라 시대에 한족의 영향 아래 들었지만 독자적인 생활 양식과 문화를 고수했습니다. 이후 일부는 한족에게 동화되었지만, 일부는 동남아시아로 이주하여 새로운 터전을 잡았습니다.

 

언어적으로도 표준 중국어와 남부 지방의 사투리인 '월어(광동어)'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 사투리는 표준 중국어와 너무 달라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남부 지방의 말을 듣다 보면, 마치 중국어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언어처럼 들릴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차이는 남부 지방 사람들이 동남아시아 혈통적 또는 언어적 흔적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장강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강입니다. 그 이름의 유래부터 많은 이름을 가지게 된 배경, 그리고 중앙집권화가 늦어진 이유까지, 이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앞으로 장강을 바라볼 때, 이 강이 품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그 깊이를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